물상이란 간지를 보고 이미지를 유추하는 것을 말한다. 간지는 하나의 오행에 배속되므로 간지가 속한 오행과 뜻, 글자의 모양 등을 보고 그림을 떠올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갑이라면 큰 나무, 을이라면 낮은 초목, 병이라면 태양, 정이라면 촛불 등과 같은 이미지를 연상하는 식이다. 물론 이런 물상은 고대 중국 문화가 축적해 온 여러 가지 개념들이 녹아 든 것이라서 나름대로의 근거는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물상을 끌어다가 사주 명리학에 대입하여 미래를 추단하는 것은 고전 명리학의 전통이라고는 하기 어렵다. 고전 명리학은 음양과 오행의 과부족을 계산하는 것이 본질이다.
그래도 물상을 끌어다 미래를 보는 물상론은 명리학의 한 부분에 존재하는데, 아마도 물상의 이미지로 미래를 추단하는 것은 별 이론이나 계산이 필요치 않아서 술사들이 자기 입맛대로 적용하기 쉬운 이유 때문이라고 본다.
물상으로 사주를 봐 주는 것은 술사가 간지를 보고자기 나름의 이미지와 상상을 하고 제멋대로 말하면 그만일 뿐이다. 별 근거도 필요 없고 설명도 필요 없는 쉬운 일이다.
서점에 가보면 물상론 사주명조 사례집이란 책을 볼 수 있다. 조용헌의 주유천하라는 컬럼에도 소개된 청원 김용백 선생의 사주 간명지를 제자들이 일간에 따라 분류하여 책으로 출간한 것이라 한다.
이 청원이란 분이 물상론으로 유명한 분인 것 같다.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무슨 이유로 이런 간명을 했는지 알기 어려운 부분이 많지만, 그 간명은 단순한 패턴의 끝없는 반복으로 느껴질 만큼 별 내용은 없게 느껴진다. 그리고 대개는 감명자에 대한 나쁜 소리는 없고 좋은 소리만 있을 뿐이다. 예를 들어 나이를 먹으면 빌딩을 지니고 부유하게 살게 된다는 이런 내용이 도처에 흔하게 나오는 것이다.
아마 청원선생이 청담동에서 강남 부유층을 대상으로 간명을 해줘서 그런 것일까?
이런 간명으로 명리학의 고수 소리를 듣고 나름 일세를 풍미한다고 하니 명리학이란 것이 오묘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상론으로 간명을 하게 되면 술사가 엿장수 마음대로 통변을 할 수 있는 것이라서, 술사의 입장에서는 전혀 어렵지도 않고 다른 사람들로 부터 틀렸다고 공박 받을 일도 없게 되는 장점이 있으니, 참으로 편리한 수단이라 아니할 수 없다.
병신년 물상은 불과 쇠가 만나는 것이라 전쟁이나 테러 등이 연상된다고 쓴 적이 있다. 간지를 위에서 아래로 써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천간의 병은 로켓이 분사하는 화염으로 보일 것이고 지지의 신은 로켓의 몸체로 보일 지도 모른다.
병신년 물상으로 보고 로켓이나 미사일이 연상된다고 한 술사가 있었다면 촉이 좋은 사람이라고 칭송 받았을지도 모른다. 반면 간지의 글자 모양으로 보고 그런 식으로 예측하는 것은 아무 근거 없는 말장난이 아니냐고 반박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물상론이란게 원래 그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