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놀랄 일도 많지만, 놀라운 것 중 하나는 사주명리학에 대해 대학에서 강의하고 학위도 주고받고 논문도 쓴다는 사실이다.
뭐에 대해서라도 연구하면 물론 아무 것도 전혀 연구하지 않는 것에 비해 낫겠지만, 천만년을 연구해도 생산적이고 가치 있는 아무런 결과를 낼 수 없는 지식에 대한 연구라면 들인 시간과 노력이 아까운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가끔 들기도 한다.
물론 워렌버펫이나 빌게이츠 같은 사람들도 치매예방을 위해 카드게임의 하나인 브릿지 게임을 한다고 하니, 노느니 염불하는 그런 깊은 정신 세계를 나 같은 사람은 이해를 못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별로 믿을만한 (과학적인) 근거 없이 인생을 예측한다는 중국에서 유래한 산명술에는 요즘 우리가 알고 있는 사주명리 말고도 여러 가지가 있는 듯 하다.
그 중 하나가 귀곡자로부터 유래하고 이허중이 전래하였다는 사자단종생이라는 산명술이다. 네 글자로 한 사람의 인생을 평가해 준다는 말인데, 중화권에서는 잘 알려져 있는지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생년월일을 입력하면 그 결과를 바로 볼 수 있게 만들어 놓은 웹사이트나 어플리케이션들이 많다.
생년월일에 따라 몇 백가지 유형으로 구분하고 그것을 네 글자의 시적인 표현으로 정리해 놓은 것인데, 무엇보다 길게 설명하지 않고 짧게 표현되어 있는 것이 마음에 든다.
나 같은 경우에는 曉天燃燈 효천연등 즉 <새벽에 등을 밝힘>이라고 해서 또다시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중국 사람들도 그 해석이 분분하다.
새벽에 등을 밝히니 쓸데없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해석도 있고, 새벽은 태양이 떠오르는 순간이니 공명과 사업의 전환점이라는 해석도 있다.
그래서 이허중이나 귀곡자나 사자단종생 같은 것을 검색하다 보니 학위논문들도 여러 개 보이는데. 이런 별 소용에 닿을 것 같지 않은 것을 연구하고 논문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대해 놀란 것이다.
더 나아가 그런 소용에 닿을 것 같지 않은 것을 또 검색하고 찾아보는 나같은 사람이 또 있으니, 효천연등은 평생 쓸데 없는 일만 하는 사람이라는 해석이 더 맞는 것도 같은데, 따지고 보면 쓸데 있는 일을 하다 간 인생은 몇이나 되는지 궁금해지기도 하고, 또 쓸데 있음과 쓸데 없음을 누가 무슨 재간으로 구분해 낼 것인가 걱정이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