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를 쓴 법정스님은 전라남도 해남 출생이고 목포에서 자랐다. 해남이나 목포나 사실 같은 동네이다. 그런데 찾아보면 이 지역에서 출생하거나 성장한 사람들 중 경제적으로 큰 성공을 한 사람은 별로 없지만, 문학이나 예술 방면에서 천재성을 발휘한 사람들은 상당히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먹고 살게 별로 없는 척박한 동네이니 정신력이 명민해졌는지도 모른다.
요즘은 무소유와 일맥상통하는 미니멀라이프라는 말이 간혹 들린다. 쓸데없는 살림살이, 세간을 버리고 줄이면 정신이 편해진다는 주장이다.
왜 아니겠는가? 물건을 줄이면 심려가 줄어들고 심려가 줄어들면 정신이 편해지는 것 아닌가. 사실 쓸데없는 물건을 쌓아놓는 것은 저장강박증 환자가 아니라면, 대개 물건을 정리할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없어서이다.
먹고 살기 위해 분망하다 보면, 이런저런 물건이 쌓여가는데 기실 정리할 시간이란 없는 것이다. 그래서 미니멀라이프를 실행에 옮겼다는 사실 자체가 이제는 좀 정신적 시간적 여유를 낼 입장이 되었다는 증거다.
나도 미니멀라이프를 실행하기 위해 물건을 버리기 시작해 보는 단계이다. 뭔가를 버리려고 하면 그것이 언젠가 미래에 소용이 닿을 것 같은 막연한 기대가 있다. 가지고 있으면 언젠가 어떤 식으로든 틀림없이 쓰기는 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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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필요에 의해 물건을 갖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마음이 쓰이게 된다. 따라서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이는 것. 그러므로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얽혀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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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유에 나오는 법정 스님의 말씀을 믿고 버려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