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푸를 시작하고 상당한 시간이 지났다. 정확히는 노푸가 아니라 화학적인 샴푸나 목욕제, 세제 등을 쓰지 않는 일이다. 천연비누 등은 간혹 쓰고 있다.
눈에 띄는 장점은 비염, 안구충혈, 피부염 등이 없어졌다는 사실이다. 이제 나는 샴푸, 세제들과 이들 질병들이 상당한 관련이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또 역류성식도염과도 관련이 있다는 의심을 하고 있다.
주변에 이들 질병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이들에게 나처럼 노푸를 해보라고 말해보지만, 무시당할 뿐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다른 장점으로 탈모되는 머리카락이 많이 줄었다는 사실이다. 머리가 새로 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빠지는 모발의 숫자는 예전보다 많이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삶이 간소해 졌다는 장점이다. 샤워 한 번 하려면 샴푸, 바디클린저 등을 찾아서 하나씩 사용하고 씻는 것에 비해, 물로만 씻어내게 되니 얼마나 간소한가.
노푸의 단점은 딱히 없다고 느끼다가 최근 크나큰 복병을 만났다. 바로 비듬이다. 어느 순간 머리가 간지럽기 시작하면서 많은 비듬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왜 비듬이 생긴 것인지 그 이유는 알 수 없다.
나도 모르게 곰팡이 진균에 감염된 것인지 이게 지루성 피부염이란 것인지 잘 알 수 없다. 그래서 이 비듬을 없애게 위해 이런 저런 천연비누도 써보고 했지만 별무소득 이었다.
그러다가 인터넷에서 식초로 머리를 감는 것에 대한 포스트를 보고 사과식초를 몇 방울 떨어뜨린 물로 머리를 감기 시작했는데 놀랍게도 사나흘 지나자 비듬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우엉차를 머리에 발라도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왜 식초가 비듬에 효과가 있을까를 알아보기 위해 검색을 해보니, 인간의 피부는 산성도가 PH5.5 정도 되는 약산성일 때, 피부 상재균이 잘 활동하여 외부에서 침입하는 세균 등의 이물질에 대항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비누 등 세제는 기본적으로 알카리성이다. 이 알칼리 물질을 피부에 계속 사용하게 되면 인체 피부의 산염기 균형이 깨지고 피부의 자정 기전을 깨뜨릴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아마 식초를 쓰게 되면 피부의 산염기 균형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추측해 본다. 그렇다 해도 언제까지 아침저녁으로 식초병이나 들고 다닐 수 없는 일이고 해서 결국 산성 비누라는 것을 사서 써보기로 한다.
산성비누는 인체피부의 산성도에 맞도록 만들어진 비누라는 것인데 독일에서 나오는 세바메드가 유명한 듯 하였다. 이것은 인터넷 판매가가 3000원에서 10000원으로 고무줄 가격인데, 참으로 알 수 없는 유통구조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 노푸로 시작한 여정은 끝이 없다. 사실과 추측들이 꼬리를 물고, 새로운 지식과 상품이 계속 필요한 미완의 과정이다.
인생과 마찬가지로 섬세하고 깨지기 쉬운 것이다. 까닥 잘못하면 천길 낭떠러지로 빠지는 삶과 무간지옥의 경계를 걷는 여정이다.
그래서 인생은 고통의 바다라고 말했던 어떤 분이 생각났고, 그 분도 필경 샴푸의 고통을 알았기에 머리를 밀었던 것이 아닌가 하고 강하게 추측해 보는 것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