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작명을 하찮은 것으로 생각하거나, 미신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성명학은 동양문화에 대한 소양이 있는 사람이라면 1년 정도에 배울 수 있는 정도의 지식체계라서 사실 무슨 학이라고 부를 것도 없이 대단치 않은 것임은 분명합니다.
또 작명에 사용되는 성명학의 이론들에는 외형적으로는 현대인이 보기에 미신적인 요소들이 일부 결부되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한자를 사용해 이름을 짓는 한국 사람들에게 있어서 정통적인 성명학에 따라 이름을 작명하면, 보다 좋은 한글이름 한자이름을 작명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외형적으로 미신처럼 보이는 성명학의 규칙들을 적용해 작명하더라도, 실제로 과학적이고 실용적인 이유 때문에 훨씬 좋은 한글이름, 한자이름이 되도록 한다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성명학이나 작명술이 이름을 작명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럼 그 이유들을 하나씩 검토해 봅시다.
한글이름 - 소리오행
모든 음소들은 서로간에 친소관계가 있습니다. 어떤 소리는 어떤 소리와 더 잘 어울린다는 그런 말입니다. 한글이름을 작명할 때도 반드시 이름에 사용된 음소들이 어울리는 소리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대개 한국사람들은 한국에서 나고 자라 한글을 항시 사용하기 때문에 그 친소관계를 누구나 잘 알 수 있을 듯 해도 실상 이름에 적용해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성명학에서는 소위 소리오행이란 것으로 그 어울리는 소리들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여기에 오행이란 말이 들어가니까 무슨 미신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 이론은 거슬러 올라가면 한글을 창제할 때 훈민정음의 원리부터 고대 중국 음운학의 원리까지 이어지는 일종의 과학적인 음운학이라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소리오행이란 것을 사용해 한글이름을 작명하게 되면 보다 어울리는 좋은 한글 소리에 대한 가이드 역할을 수행하게 됩니다.
한자이름 - 사주용신작명법
성명학에는 이름에 사용되는 모든 한자들을 그 의미나 어원에 따라 오행의 한 그룹에 배치시키고 본인의 사주에 부족한 오행에 해당되는 그룹에 속하는 한자를 넣어서 작명을 해준다는 이른바 사주용신작명법이 있습니다.
이 이론이 성립하려면 먼저 사주팔자라는 것을 인정해야 하기 때문에 미신적으로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는 것은 사주팔자라는 것이 아무 의미가 없다 해도, 이 규칙을 따르는 것이 좋은 이름을 작명하는데 상당히 유용한 기능을 수행한다는 사실입니다.
한자들을 의미에 따라 유사 그룹에 배속시키기 때문에 이 원칙에 따라 작명을 하게 되면, 이름에 선택된 한자들이 유사한 의미 그룹에 속하게 되어 의미 있는 맥락을 만들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가장 단순한 예를 들어 김수화(김水火) 란 이름이 있다고 합시다. 의미상으로 물불이라는 뜻인데 아무런 의미나 맥락을 만들지 못합니다. 하지만 사주용신작명법을 사용하게 되면 이런 의미 없는 이름들을 미리 걸러지게 됩니다.
정리하면 사주용신작명이라는 것은 사주팔자의 맞고 그름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좋은 한자이름을 만드는데 큰 역할을 수행한다는 사실입니다.
한자이름 - 사격수리
사격수리란 이름에 사용된 한자들의 획수들을 따져서 그 획수들의 조합에 따라 좋은 이름 나쁜 이름을 구분한다는 성명학의 원칙입니다. 이 원칙도 일견 터무니없고 미신적으로 보일 것입니다.
하지만 한자라는 문자체계는 의미 뿐 아니라 모양이 중요한 체계입니다. 그래서 종이에 한자들을 썼을 때 그것들의 시각적인 어울림이나 심미감이 있습니다. 사용된 한자들의 획수에 따라 특정 한자들의 조합들이 좋게 보이거나 그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세 글자의 한자어를 만드는데 1획, 3획, 20획의 글자가 사용되었다면, 종이에 썼을 때 균형감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8획, 7획, 8획의 한자 조합이라면 균형감이 더 높게 보일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한자 획수의 조합에 따른 심미감, 균형감이 있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문제가 되는 것은 어떤 한자 획수 조합이 더 좋은가 하는 사실일 것입니다. 이 부분은 과학적으로 검증하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성명학이라는 술수를 만든 고대 중국인들은 한자를 오래 사용해 오던 과정들을 통해 자신들만의 경험칙을 형성하였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이 경험칙이 바로 사격수리라는 성명학의 원칙으로 전래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사격수리라는 원칙을 지켜 한자이름을 작명하게 되면, 종이에 그 글자들을 썼을 때 균형감, 비례감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쉽게 관찰할 수 있습니다.
한자이름 - 자형
자형이란 이름에 사용된 한자 글자들이 전부 가로나 세로로 갈라지지 않았는가를 살펴보는 것을 말합니다. 이름의 한자들이 전부 동일한 방향으로 갈라지게 되면 글자를 썼을 때 매우 보기 좋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 원칙은 미신과 아무 상관없이 꼭 지켜야 하는 성명학의 원칙입니다.
한자이름 - 불용문자
불용문자는 의미가 나쁘거나 혹 다른 이유 등으로 이름에 사용하면 좋지 않다고 생각되는 한자들을 말합니다. 이 불용문자들은 정하기 나름이고, 작명가들이 다소 과도하게 많은 한자들을 불용문자라고 규정하는 측면이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런 점을 제외한다면 불용문자는 사용하지 않으면 될 뿐입니다. 한자를 잘 아는 사람은 진정한 의미의 불용문자를 쉽게 알 수 있고 그런 한자는 이름에 사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미신과 아무 상관없는 원칙입니다.
이상으로 정리한 바와 같이 정통성명학에 사용되는 여러 원칙들이 외형상 미신과 결부된 부분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작명 과정을 통해 실제 동작하는 방식은 과학적이거나 실용적인 것입니다. 그래서 성명학의 제반 원칙에 따라 이름을 작명하면 , 그렇지 않은 경우 보다 더 좋은 이름이 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성명학을 통해 작명을 해준다는 것은 좋은 한글이름, 한자이름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전문가가 조언을 해주는 것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물론 아무 전문성 없는 가짜 작명가들과 실력있는 진짜 작명가들이 혼재되어 있는 작명시장에서 작명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좋은 작명가를 만나 좋은 이름을 작명하는 일이 당연시되지도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작명가를 하찮게 여기고 성명학을 미신으로 생각하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전문성을 지닌 작명가가 정통 성명학을 통해 이름을 작명해준다면 보통사람이 스스로 궁리해서 작명을 하는 것보다 모든 측면에서 더 좋은 이름이 된다는 사실 만큼은 부정할 수 없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