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어이없이 재미없는 책을 보았다.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라는 책이다. 영화 어라이벌의 원작자 <테드 창>이 지은 또 다른 소설이다 이 책은 인공지능에 대해 많은 시사점을 던지고 있기는 하지만, 재미없는 소설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대개 남들이 재미없어하는 이야기를 사람이 길게 할 때는, 그렇게 할만큼 단단히 마음먹은 이유가 있는 법이다. 과거에 읽었던 재미없는 소설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으로, 자기도 작가가 되어 불특정 다수의 독자에게 고통을 주고자 하는 그런 나쁜 마음이 생겨났기 때문일 수 있다.
나는 너무 재미없는 이 책을 주마간산으로 읽는 둥 마는 둥 보았는데, 그래도 책 말미의 작가의 창작노트만큼은 정독해서 읽어보았다. 몇 페이지 안되었기 때문이고, 창작노트 마저 재미없게 쓰려는 작가는 흔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내가 이해하기에 이 책은, 다마고치 같은 것을 키우면 정이 든다는 스토리이다. (소설의 주인공인 예나는 디지언트 즉 인공지능인 잭스를 키우며 정이든다) 이 소설의 주제는 인공지능이 인간에게 진정으로 유용한 일을 해주기 위해서는 감정적인 교류가 가능해야 하며, 인공지능이 감정을 가지기 위해서는 어린이를 양육하는 것과 유사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에 인공지능에게 법적 권리를 줘야 한다던가, 생물의 의식을 컴퓨터에 업로드 하려는 시도가 있다던가, 인공지능을 학습시키는 사설 저장소가 네트워크 어딘가에 있다던가, 인공지능과 섹스를 한다던가 하는 식의 재미있는 시사점들은 많다.
하지만 좋은 시사점을 많이 던지지만 재미가 없는 책이라면 이 책 말고도 많다는 것을 나는 안다. 전화번호부라던가, 육법전서라든가, 성경이라던가 사회과부도라든가 하는 것들 말이다.
각설하고 객체지향프로그래밍은 인간사를 모사하여 모델링하는데 어는 정도 성공하였다. 객체들은 설계도대로 인스턴스화되어 메모리에 올라가고, 다른 객체들과 서로 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제 할 일을 하다가 소임을 다하면 가비지 콜렉터에 의해 수집되어 결국 메모리에서 소멸된다.
결국 태어나서 자라나고, 밥 좀 먹고 시끄럽게 서로 떠들다가 때가 되면 저승사자의 부름을 받아 죽고 마는 슬픈 인간과 많이 닮아 있는 세계다.
가끔 객체지향프로그래밍이 인간세을 모사한 것인지, 인간세가 어떤 프로그래밍 모델의 일종인지 혼돈될 때가 있다. 맥주를 많이 마신 그런 경우에 말이다.
이 책의 제목이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라서 나는 그런 문제를 다룬 책인 줄 알고 읽어보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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