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31일 일요일

좌망론 坐忘論


어제 낮에는 을지로 우래옥에 갔다아무 맛이 없는 것을 먹고 싶었기 때문이다가끔은 그런 날이 있다.  우래옥의 평양냉면은 아무 맛이 없기 때문에당근을 생으로 씹어 먹는 것과 같은 기분이 든다평소에는 대개 그렇게 먹지 않겠지만그렇게 먹게라도 되면 쓸쓸한 삶의 본질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저녁에는 모임에 가서 여차저차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사마승정이란 사람의 이름을 듣게 되었다당현종 때의 도사라고 하는데 늦게 집에 돌아와  이름으로 검색을 하니 좌망이란 단어가 나온다.

좌망은 장자에서 유래된 말이라고 한다장자 대종사에 안회와 공자의 가상의 문답을 빌어 좌망이란 손발이나 몸을 잊고 귀와 눈의 총명을 물리치며 형체를 떠나고 앎을 버리고  위대한 도와 하나가 되는 것을 말한다는 대목이 나온다.

결국 좌망이란 것도 다른 종교나 가르침이 여러  설명한 것과 같이외물에 대한 주의를 자신의 내면으로 돌리고생명의 정상적인 프로세스를 의도적으로 멈춘 다음 자신과 존재 일반에 대해 메타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자신이 어디에서 왔으며어디로 가고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생각하지 않는 것은 순행하는 삶이다자연의 도리에 맞는 정상적인 삶의 방식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취하는 삶의 방식이다.

반대로 그런 것들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삶을 역행하는 비정상적인 삶이고 오직 소수만이 그렇게 한다.

생선으로 매운 탕을 끓이고 숯불에 고기를 구어서 맥주 소주와 함께 먹는 것이 정상적인 삶이라면평양냉면을 먹거나 당근을 생으로 우적우적 씹어 먹는 것은 비정상적인 삶이다. (그렇다 해도 을지로 우래옥은 사람으로 차고 넘쳐 대기를 해야 한다.)

사마승정에 따르면 도를 닦는 핵심은 정심(마음을 고요히 하고 그것을 유지하는 일)에 달려 있다고 한다사마승정의 좌망은 7단계로 이루어진다.

경신 - 도에 대한 굳은 믿음을 갖는다.
단연 - 세속의 모든 욕망에 얽힌 일들을 끊는다.
수심 마음을 고요히 한곳으로 모은다.
간사 - 생명이 요구하는 최소한으로 일을 가려서 한다.
진관 - 세상에 대한 참된 인식으로 가상의 존재들에 대한 환영 버리고 진정한 존재를 인식한다.
태정 - 모든 세속적 생각들을 제거한 지극한 경지로 마음의 고요한 안정을 지속한다.
득도 - 도를 얻는다.

사마승정 같은 사람은 아무 맛이 없는 평양냉면 같은 음식을 권하는 셈이다. 그렇다 해도 을지로 같은 곳은 멀기도 하고 냉면 값도 심상치 않아서  같은 사람은 어쩌다가 한번 먹을 수 있을 뿐이다. 

사는 일로 따지자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는 대로 어디서 왔는지어디로 가는지지금 무엇을 하는지 생각하지 않고 그저 취생몽사할 따름인 것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