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무어는 97년 무렵에 출간된 무협소설이다. 이 소설의 작가인 김호는 나와 맥주를 자주 마시는 사이여서, 나는 노자무어에 관한 그의 창작관을 직접 들을 기회가 많았다.
그는 이 소설이 고등학생에게는 좀 어렵고 대학생에게 유치한 소설이라고 말했고, 만약 이것을 소설이라 부를 수 없다면 낙서라 불러야 마땅하며 그렇다면 자기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긴 낙서를 한 사람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가장 철학적인 무협을 쓰고 싶다고 말했는데, 그렇다 해도 그는 그렇게 철학에 대해서 잘 알거나 깊이 있는 사람은 아니고 기괴하거나 괴이한 쪽에 가까운 성벽을 가진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는 노자무어를 쓰면서 여기저기 책들에서 문장과 문단을 단장취의해서 짜깁기 하는 방법을 취했는데, 그것을 그는 키치적인 혼성모방 기법이라고 말했지만, 실상은 글을 쓰는 게 귀찮아서 그랬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입만 열면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던가, 모든 것은 이데아의 모방이라던가 말을 자주하면서, 그는 소설이란 것도 결국은 이전에 남들이 이미 했던 말을 모자이크하여 컨텍스트를 만든 것이라는 주장을 했다.
실제로 그는 노자무어를 쓰면서 100종 이상의 철학책과 문학책의 문장들을 짜깁기 했다고 하면서, 주역이나 니체는 물론 집필 당시 유행했던 한국 소설인 임철우의 붉은 방이나 무라카미하루키의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와 같은 소설과 서서삼경 및 도가의 책들이 참고했다고 내게 말한 적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단지 하루키를 모방했다는 말을 할 때면 사람들의 견문이 짧은 탓이라고 화를 내기도 했다.
그는 미리 설정된 캐릭터와 장소 및 사건의 원형들에 따라 세상의 모든 문장들이 분류되어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되고 작가가 원하는 컨텍스트를 지정하면 그것에 맞추어 스토리나 소설이 생성되는 그런 프로그램을 꿈꾸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요즘 말로하면 제너러티브 아트에 속하는 일종으로 생성 문학과 같은 것을 말한 셈이다.
그는 특히 캐릭터를 장소에 배치하고 캐릭터들의 상관관계를 사건들의 시계열에 위치시킬 수 있는 그래픽적인 유저 인터페이스가 필수적이라고 말하고 캐릭터와 장소 및 사건들의 일관성을 검증할 수 있는 벨리데이터도 만들어야 된다고 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그가 맥주를 마시면서 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창작가로서의 어떤 진지성을 가지고 한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는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은 모두 선한 사람들이라고 자주 말하곤 했는데 그런 말이라면 나는 동의한다.
그가 맥주를 마시면서 하는 말들은 대부분 농반진반의 헛소리와 같았는데, 그 스스로가 정리되지 않은 어떤 깊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고 맥주에 어떤 약효가 있어서 그랬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와는 연락이 끊긴지가 좀 되었다.
김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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