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 9일 화요일

스파게티 문학


무라카미 하루키는 감성의 작가다멋진 외국의 이미지에서 문장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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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그 해는 스파게티의 해였다.

1971년, 나는 살기 위해 스파게티를 삶고 있었고 스파게티를 삶기 위해 살고 있었다. 알루미늄 냄비에서 피어 오르는 증기야 말로 나의 자랑이었고 소스 팬 속에서 부글거리며 끓고 있는 토마토 소스야 말로 나의 희망이었다.

독일산 세퍼드를 목욕시키는 데에도 쓸 수 있을 만큼 거대한 알루미늄 냄비를 구입하고, 키친 타이머를 사고, 외국인 대상의 슈퍼마켓을 돌며 기묘한 이름의 조미료를 사고, 서양원서를 파는 책방에서 스파게티 전문 서적을 찾아내고, 박스 단위로 토마토를 샀다.

마늘, 양파, 샐러드 오일과 기타 다른 재료들의 냄새는 미세한 입자가 되어 공중에 흩어졌다 혼연일체가 되어 단칸방의 구석구석으로 스며들었다. 그것은 뭐랄까 고대 로마의 하수도와 같은 냄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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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멋진 시작이다특히 비유가 마음에 든다. (고대 로마의 하수도 냄새와 스파게티 냄새를 모두 맡아본 적이 있는 내게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거기 까지다이미지만 있고  다음 나오는 스토리가 없다스토리를 생각해   없는 (불쌍한작가들이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스토리는 남녀관계에 관한 스토리인데 (사실 남녀관계에 대한 것은 어떤 것이라 해도 스토리가  수는 없지만), 하루키 소설의 대부분이 그렇다.

스토리가 없는 소설이란 것은 에세이나 일기나 잡문을 보고 소설이라고 이름 붙인 것과 같다.  오직 진정한 창작자만이 스토리를 생각해   있는 것이다.

스토리라면 하다 못해 헐리우드 영화 처럼 슈퍼맨과 그에 맞서는 악당이라도 나와야 하는 것이다남녀가 만나서 연애를 했는데  그것은 범상한 우리가  알지 못하는 엄청난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라는 내용은  의미가 아무리 엄청나다 해도 스토리는 아닌 것이다.

스파게티를 먹어서는 몸보신은 되지 않으니까 삼계탕이나 보신탕을 먹으라고 말하는 셈이지만물론 스파게티를  자주 먹는다.

바롬 이름과 미래(baromnf.com)
김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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