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의 경우는 어떨까요? 사주를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봐준다? 물론 이전에도 이런 시도는 무수한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상당히 많이 있었습니다.
버스터미널 다방에 있던 운세 자판기 부터 한때 녹색 CRT모니터를 통해 보이던 운세 프로그램 부터 오늘날의 인터넷 사주 사이트와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까지.
하지만 컴퓨터 기술이 발달한 요즘에 보이는 사주 프로그램들도 완성도 측면에서는 초보적이거나 (사주와 상관없는 사기적) 수준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현재 바롬 이름과 미래에서 서비스를 목전에 두고 있는 사주 프로그램인 명리 서비스를 개발해 보니 그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제대로 된 사주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는 명리와 프로그램을 잘 안다는 전제 하에서 수년의 개발기간과 수억 원의 개발 비용이 드는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사주 명리라는 것이 그것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인들의 인식과는 다르게 심오한 철리를 담고 있다던가, 몇 십 년 수행한 도사들만 알 수 있는 신비한 학문이라던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
사주 명리학은 사실 동양 철학 사상 특히 음양오행설에 연원을 둔 학설이지만, 내용적으로는 그렇게 심오한 철학을 담고 있는 것도 아니고 단순한 사상을 복잡한 덧붙임 가설들로 포장하고 있는 학설입니다.
물론 단순한 사상 아래에 존재하는 하위 체계들은 사람이 쉽게 암기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규칙들과 패턴들로 만들어 진 것이지만, 그것들이 어떤 근본 사상에서 연역되어 필연적으로 도출되는 그런 것들은 아니고 오히려 작위적인 측면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사주 명리학은 다른 동양 사상들에 비해서는 다소 격이 떨어지는 학설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주 명리라는 것은 컴퓨터와 잘 어울리는 측면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수학의 함수와 마찬가지로 사람의 생년월일을 입력으로 주면 어떤 사주가가 보더라도 운명예측에 있어 동일한 결과가 나와야 한다는 점입니다.
만일 동일인에 대해 A라는 사주가가 본 사주와 B라는 사주가가 본 사주가 다르다면 둘 중 한 사람은 사주를 잘 못 본 것입니다. 사주 명리학도 학파와 학설이 다르기 때문에 보는 간법은 같지 않지만 그 결과는 같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사주를 본다는 작업은 분해해 보면 과연 어떤 내용으로 이루어 졌을까요?
사람의 생년월일을, 입력으로 받아서 천문데이터를 참조해 팔자라는 8개의 글자로 변환하는 단계. 팔자가 미리 설정된 수많은 사주규칙들과 패턴이 일치하는가를 판단하는 단계. 일치된 패턴들을 일관성 있게 조합해 운명예측으로 변환하는 단계. 이것이 전부입니다.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말하면 팔자를 생성하는 만세력 프로그램과, 사주 규칙들을 담고 검색하는 규칙 테이터베이스와, 사주를 보는 방법이 담긴 알고리즘과, 최종 결과를 조합하는 출력프로그램으로 만들어 질 수 있는 그런 내용입니다. 어쩌면 사주를 보는 것은 프로그램을 제대로 만들기만 한다면 컴퓨터가 수행하기에 가장 적합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명리 리포트 출시를 앞두고, 동양술수와 컴퓨터 프로그램 조합에 대한 세간의 불신이 조금 염려되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다음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SKK라는 통신사는 통신 요금을 수작업으로 계산합니다. KTT는 통신요금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계산합니다. 그런데 어떤 고객이 말하길 나는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요금 계산하는 것은 성의가 없고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수작업으로 요금을 계산해 주는 쪽을 원한다고 합시다.
이런 예를 들면 사주 명리라는 것과 통신 요금은 그 경우가 다르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 글에서 나는 두 경우가 같은 것이라고 주장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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