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날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이야기만 하고 살면 건전하지만 재미는 없다. 가끔은 뜬금없고 쓸데 없는 말도 좀 하고 살아야 재미가 있는 법이다.
그래서 오늘은 귀신 이야기를 좀 할까 한다. 나는 나름대로 기괴한 경험을 좀 했다고 생각하는데 듣는 사람은 어떨지 모르겠다.
80년대 후반 나는 허리에 심한 통증과 다른 이유들로 해서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서울로 왔다. 그 허리의 통증이란 것은 요즘 말로 하면 급성 디스크 처럼 걸을 수 없을 정도로 심한 통증이었는데, 몇 년을 지난 후에 병원에서 척추 분리증이란 진단을 받았다.
척추 분리증이란 것은 용어의 어감과는 다르게 척추 뼈에 실금이 가있는 그런 정도의 질병을 말한다. 그래도 그 무렵에는 상태가 안 좋아 거의 걸을 수 없을 정도의 통증에 시달리곤 했는데, 특히나 문제가 된 것은 밤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는 사실이다.
밤이 되어 자려고 누우면, 다리에 마치 고무줄을 매어 놓은 것처럼 답답한 기분이 들었는데, 그 고통이 극심하여 거의 잠을 잘 수 없었다.
서울에 처음 와서는 J동이란 곳에 와서 살았는데, 어느 날 밤에 주위를 배회하다가 소변이 마려워 허름한 담벼락에 오줌을 누었다,
그때는 주의를 기울인 것은 아니어서 잘 몰랐지만, 나중에 생각해 보니 그 담벼락이란 곳은 쓰러져가는 폐가였고 옆에 깃발이 하나 세워져 있었는데, 말하자면 몰락한 무당집이었던 것이다.
그 당시로는 무속이나 그런 것에 관한 관심도 지식도 없을 무렵이었다. 어쨌거나 그날 밤에 나는 난생 처음으로 가위에 눌리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 기억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선명하다. 나는 꿈을 꾸었고 꿈속에서 어느 폐가를 거닐었으면 폐가의 방안에 난 창문을 들여다 보게 되었다. 보다 정확히는 들여다 보기 전에 창문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는데, 고개를 들어서 창문 안을 보아서는 절대로 안될 것 같다는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들어 창문 안을 보았고, 바로 그 때였다.
나는 꿈에서 깨어나 내가 누워있는 방안의 천장을 보게 되었고 방 천장 위에 붙어 있는 귀신의 모습을 보게 된 것이다. 귀신은 붉은 기운이었는데 크기는 대략 50 cm 정도였고 역삼각형 모습이었지만, 눈과 입에 해당하는 부분만 뻥 뚫려 투명하게 보였다.
그때 나는 의식은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몸은 전혀 움직일 수 없었는데, 말하자면 난생 처음 가위에 눌린 경험을 하게 된 셈이다.
요즘이야 가위라고 해도 수면마비라 해서 수면 중에 의식은 깨어나지만, 몸은 깨어나지 못하는 그런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기도 하는 것이다.
첫 번째로 가위를 눌린 다음에도 수십년 동안 가위를 눌리는 경험을 하였다. 귀신을 보는 경험부터 시작해서, 내가 내 몸을 보게 되는 유체이탈, 공중 부양의 느낌, 귀신이 몸으로 파고 드려 하는 느낌, 미래에 대한 예지몽, 또 온갖 악몽에 시달렸던 것이다.
그 중 가장 흔한 경험은 몸이 공중으로 뜨고 항문 쪽으로 어떤 나쁜 기운이 파고 들려고 하거나, 반대로 몸의 기운이 밖으로 세차게 빠져나가려고 하는 그런 느낌이었다. (가위를 눌리 는 중에 그런 느낌을 가졌다는 것이지 실제로 몸이 공중에 떴다는 그런 말은 아니다.)
그 이외로도 이상한 현상을 여러 차례 목도하였다. 벽에 섬광이 반짝인다든가, 나는 가만히 앉아 있는데 책상의 물체가 저만큼 이동해 있다던가… 셀 수 없을 만큼 여러 차례 사소하지만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러한 삶을 살면서, 뭔가 귀신이 내 옆에 붙어 있다는 느낌을 가끔 받았는데, 특히 밤에 잘 때면 그 느낌을 많이 받았고, 그 느낌은 이상한 소음이나 현상으로 숱하게 출몰하였던 것이다.
그렇게 살아오는 동안 가볍거나 심각한 사고도 여러 차례 겪게 되었다. 가볍게는 교통사고로 인한 두부 충격부터 시작해서, 무겁게는 낙상, 전도로 인한 치아상실과 골절까지….
하지만 놀라운 것은 그런 사고를 겪을 때마다, 신체의 다른 부분에는 손상이 갔지만, 애당초 앓았던 허리 통증은 점점 더 없어져 가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사고로 거의 죽을 경험을 했을 때, 그 사건이 지나자 목에 우두둑 소리가 나면서 막혔던 기운이 뚫리는 느낌을 가지게 되었는데, 그 이후로 허리의 통증이 눈에 띄게 사라지게 되었다.
이 와중에 하도 여러 차례의 사건사고를 겪다 보니 두려운 마음이 들어 개명을 하게 되고, 개명을 하자니 성명학과 사주팔자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 기세를 타서 <바롬 이름과 미래>라는 성명학과 명리 사이트를 운영하게 된 일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런데 왠 일일까, 사주 명리 사이트를 오픈하고 나서, 항상 나를 따라 다니던 귀신의 존재가 없어지게 된 것을 느끼게 되었다. 밤에 잠을 자고 있으면 쳐다보던 어떤 존재가 어느 날 없어짐을 느끼게 된 것이다.
그래서 지금, 수십 년 간 겪어오던 여러 고통에서 해방 된, 어떤 새로운 느낌을 갖는 것이다.
물론 지금껏 한 이야기는 긴 이야기를 짧게 쓰다 보니, 황망하여 두서가 없다는 것을 나도 잘 알겠다.
혹자는 이 모든 것이 너의 머리 속에서 만들어 낸 망상이 아니냐고 물어 올지 모른다. 누군들 어떤 망상이 아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어느 날은 기십 년 간 겪어오던 모든 경험들이 망상이라고 생각하기도 하다가, 또 어떤 날은 가끔 아니다고 생각하기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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