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많이 나쁠 때는 설령 부모가 와도 인사를 할 기분이 들지 않는 때가 있다. 불손하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런 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일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절대적으로 규칙을 지키고 바른 생활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류의 사람들인데, 실상 따지고 들어가보면 그들 스스로 100% 자기 신조를 지키지 살지 않을 뿐더러, 지켜야 한다는 그 규칙이란 것도 자의적인 기준에서 설정된 것이 많다.
비슷한 이유로, (특별히 사상적 이유가 아니라 심정적으로 어느 날은 ) 태극기에 대해 경례를 하고 싶지 않다거나 애국가를 부르고 싶지 않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는 그들의 기분을 십분 이해할 뿐 아니라 아무 것도 잘못된 일은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한우 등심이라도 먹기 싫은 날은 안 먹고 싶은 것이 삶이란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것을 절대 이해하지 않을 뿐 아니라, 받아들이지도 않고, 처벌 까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민족과 국가를 생각한다는 게 그들의 주장인데 그들 스스로는 대단한 애국자들로 여기겠지만 내 생각에는 따지고 보면 그런 사람들의 99.9%는 별로 애국자들도 아니다.
이들의 생각에서 한 걸음만 더 나가면 바로 전체주의, 파시즘이 된다.
파시즘은 국가지상주의, 반공주의, 국가주의, 전체주의, 권위주의, 국수주의적인 정치 이념이다. 파시스트들의 특징은 민족주의와 국가주의를 교묘히 이용해 대중적 애국심을 고취하고 그것을 자신들의 사적인 이익을 위해 이용하거나 대중 독재를 합리화하는데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부당한 지배를 공고히 하기 위해 한 사람이라도 자신들이 설정한 규칙에서 벗어나는 것을 용납하지 않으려 한다. 히틀러나 무솔리니가 했던 그대로이다.
요즘 보니 정부가 태극기 게양을 법으로 정하는 것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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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건물·아파트 동별 게양대 설치 등 정부, 관련 법 개정안 준비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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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한가하고 쓸데 없는 일이다. 또 위험한 생각이기도 하다.
지하철을 타는데 위험하게 철로에 진입하지 말라는 뜻으로 노란 선이 그려져 있다. 노란 선을 넘어간다고 해서 당장 죽는 것은 아니지만 노란 선 바깥에 있는 것이 대개는 좋은 것이다. 거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면 선로에 떨어져 죽을 수 있다.
지금 정부가 하려는 것도 노란 선을 넘는 것과 비슷한 일이다. 넘는다고 당장 무슨 일이 생기는 것은 아니겠지만 거기서 한걸음만 더 나아가면 전체주의와 파시즘을 곧 보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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