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NF사이트에 영어이름 추천이란 항목을 만들어 놓고 아직 개발을 시작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술적으로는 영어이름을 수집하고 그것의 뜻과 유래를 번역하여 데이터베이스로 만들고 특정 사용자의 요구에 맞춰 특정한 이름들만 검색해서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어려울 것이 없습니다. 1개월 정도의 개발 노력이면 서비스가 가능할 것입니다.
그런데도 선뜻 개발에 착수하지 못하는 것은 한국사람이 영어이름을 쓰는 것에 대해 특별히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100% 공감하지는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이게 꼭 필요하다는 확신이 없는 겁니다.
내가 추측하기로 한국사람의 영어이름이라는 것은 교육계의 요구나 필요 때문에 생겨나기 시작했을 것입니다.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또 성인 들의 영어 교육에 이르기까지 원어민 선생님들과 영어회화를 공부하면서 각자 영어이름을 지어 부르면 영어 문화에 대한 거리감도 줄어들고 역할 이입도 되고 해서 분명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듯 합니다. 그래서 이런 풍토를 굳이 반대하거나 비난까지 하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하는 한국인들과 별개로 영어이름을 가진 한국 사람을 보는 외국인들의 생각은 어떨까요?
그 이야기를 진행하기 전에 먼저 필자의 짧았던 미국 생활 중 이름에 얽힌 경험을 몇 가지 말하고자 합니다.
경험 1.
90년대 중반 미국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리어에서 몇 년 살았던 일이 있습니다.
이 무렵만 해도 인터넷도 초창기라 활성화되지 않은데다, 미국 문화에 대한 이해도 별로 없고 해서 저는 개명하기 전의 저의 한글이름을 미국에서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많은 미국인들이 저를 보면 웃는다든가 저를 보고 두드러지는 사람이라고 말한다든가 하는 것이 이상했는데, 나중에 같은 아파트에 사는 미국인 할아버지가 제 이름을 노래로 부르면서 막 농담을 하는 것을 미국인 할머니가 말리는 것을 보고는 찾아보니 내 한글 이름이 영어로는 비속어에 해당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름이나 이런 것에 관심도 없고 미국 문화도 잘 모르고 하던 때라 알지 못했었는데, 미리 그런 것을 조사하지 않은 저의 큰 불찰이었습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미국에서의 생활은 생각대로 풀리지 않게 되었고 결국 한국으로 돌아 오게 되었죠.
경험 2.
그 후 다시 미국에 놀러 갔던 때의 일입니다. 여행에 GPS가 필요해서 베스트바이에 가서 GPS를 사는데 미국인 종업원이 내게 이름을 물어보기에 귀찮기도 하고 해서 그냥 제임스라고 부르라고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이 사람이 고개를 갸우뚱 하면서 왓 왓,하는 겁니다. 영어도 어눌한 동양인이 제임스라고 하니 도무지 이름과 외모가 매치가 되지 않는 모양 이었습니다.
쉽게 생각해서 동남아 사람이 우리나라에서 물건을 사는데, 이름을 물어보니 <나는 철수>라고 하는 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쉽게 공감이 가겠습니까?
이런 경험들로 인해 저는 한국인이 미국에서 한글이름을 사용하는 것도 조심스럽고, 영어이름을 지어 사용하는 것도 조심스러운 일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한국사람이 영어이름을 지어 부르는 것에 대해 100% 공감하지는 못하는 것입니다.
가장 좋은 것은 영어로 불러도 별 무리 없는, 말하자면 영어친화적인 한글 이름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이름에 받침이 많지 않고 복모음을 사용하지 않으며, 영어 모음 즉 아, 에, 이, 오, 우에 해당하는 한글 모음으로 이루어진 한글 이름이라면 외국 사람도 쉽게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수민, 선우 이런 이름은 외국인들도 쉽게 부를 수 있는 반면 혁찬, 채현, 창성 등의 이름이라면 외국인들이 부르기 어려워 할 것입니다. 더불어, 영어 스펠링이 간단하게 표기 될 수 있는 것이라면 더욱 좋겠죠.
또한 반드시 그 이름이 외국 문화에 있어 어떤 부정적인 의미와 연관되지 않는지도 사전에 잘 조사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라는 이름은 미국사람들에게 걱정을 뜻하는 "워리"를 연상하게 하기 때문에 좋지 않다든가 하는 예는 부지기수입니다.
포스트가 길어지기 때문에 외국인들은 한국인들이 영어이름을 쓰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한 외국인의 시각을 소개하고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
<다니엘 튜더>라고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라는 책을 쓴 영국인으로 한국 생활도 오래 한 사람인데, 이 책을 읽어보면 100% 까지 아니더라도 80-90%는 공감할 수 있을 만큼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가 깊은 외국인입니다.
이사람의 소개는 네이버에 잘 나와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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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퍼드 대학에 재학 중이던 파란 눈 영국 청년 다니엘 튜더(Daniel Tudor)가 한국에 처음 발을 디딘 건 2002 한일 월드컵이었다. MBA 과정을 마치고 스위스 헤지펀드 회사에서 근무하다 [이코노미스트] 한국 특파원으로 명함을 바꾼 그가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라는 책을 냈다. 몰이해와 비난 섞인 지적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체험에서 우러나온 사랑과 존경, 친밀감이 바탕이 된 한국인에 대한 책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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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이름에 대한 그의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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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1은 최근 일이고 장면2는 몇 년 전이다. 둘 다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수년간 많은 한국인은 ‘외국인’을 대할 때는 자기들도 영어 이름을 써야 한다고 느끼는 것 같다. 이런 경향은 너무 뿌리 깊게 박혀 있어 독자 여러분들도 내가 만약 그렇게 하지 말아달라고 제안하면 날 이상하게 볼 것 같다. 하루라도 “날 브래드라고 부르세요” “내 이름은 제니퍼예요”라는 한국인들을 만나지 않는 날이 없다. 솔직히 말하자면 난 그러고 싶지 않다. 이름을 부르는 건 기본적 예의의 문제다.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한다면 그의 진짜 이름을 알고 부르도록 노력하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다른 곳도 아닌 한국에서 한국인을 영어 이름으로 부를 정도로 내가 게을러도 되는 걸까.
타국 사람들에겐 발음이 힘든 한국 이름이 종종 있다는 건 인정한다. 그런데 어렵다고 해서 단순히 포기해 버리는 게 올바른 걸까. 잘 해보려고 더 노력하는 게 예의에 맞다. 이름을 잘못 발음하는 게 세상의 끝은 아니지 않나.
많은 한국 사람들은 내 이름을 잘못 발음하지만 난 개의치 않는다. “난 다니엘 튜더이지만, 여러분이 ‘따니엘 튜너’라고 발음하니 그냥 ‘철수’라고 부르세요”라는 건 이상한 것 같다(이 이름을 선택한 건 내 정치적 성향에 따른 게 아니라는 점을 밝혀둔다. 못 믿으시겠다면 예전 칼럼을 참고하시길).
영어 이름을 쓰는 경향은 싱가포르·홍콩을 제외하면 한국에서 제일 강한 것 같다. 영국에서 경영대학원을 다닐 때 세 명의 외국인 친구들이 영어 이름을 썼는데, 그중 두 명이 한국인이었다. 영어 이름을 쓴 2명을 제외한 나머지 한국인 학생 8명은 원래 자기 이름을 썼고, 우리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동급생 중엔 다른 나라에서 온 친구들도 많았는데 그들의 이름은 ‘톨루롭 ’, ‘아타나시오스 ’ 등이었다. 우린 차츰 익숙해졌다.
축구선수 기성용의 이름은 받침이 있어서 발음하기 어렵지만 영국 언론과 시민은 그를 ‘기성용’으로 부른다. 한국 정치인들도 정상회담에서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게 “날 브래드라고 불러요”라고 하진 않는다.
이렇게 영어 이름을 쓰는 기저엔 문화적 열등감이 깔려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해본다. 서양의 방식에 따라야 한다고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장면1에 등장한 내 친구처럼 많은 외국인은 한국인을 영어 이름으로 부르는 데 익숙하다. 그리고 외국인들을 그렇게 만드는 건 한국인들이다. 자신의 정체성을 희생하면서 다른 문화에 동화하려는 경향을 너무 강하게 보이는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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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한 내용은 기사의 원문을 참조하시고, 이 내용에 이어서 다시 포스팅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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