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30일 토요일

아웃복서 이순신



믿을만한 기록에 따르면 임진왜란 당시 조선 수군의 승리의 주된 이유는 다음 3가지라고 한다.

* 일본 군선보다 튼튼하고 선고가 높으며 기동성이 좋은 조선의 군선 (판옥선) 
* 일본의 조총보다 파괴력이 크고 사정거리가  조선의 화포 
* 지리 - 섬이 많고 해안선이 복잡한 한반도 서남해안

그래서 임진왜란  해전은 대부분 근접전이 아니고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화포나 화살을 이용한 싸움이었고튼튼한 선체를 이용한 충파 (배로 부딪힘싸움이었고그러한 싸움을 가능 하도록  복잡한 해안선을 지닌 한반도의 지리를 십분 이용한  싸움이었다.

결국 주된 승리의 이유는 해전에 있어서 만큼은 군사 기술 면에서 조선이 일본 보다 앞서 있었던  때문이라고   있고한반도의 서남 해안이라는 특수한 지형에서 싸웠기 때문이라   있다.

비유컨대, (체력은  약하지만팔이  아웃복서가 (체력은 강한인파이터를 홈경기의 이점을 활용해 이긴 싸움라 말할 만 하다.

만약 한반도 서남해안이 아니고 동해나 동중국해 앞바다처럼 밋밋한 해안선을 가진 지형에서쌍방이 동일한 무기를 사용해 싸웠다면 당연이 일본 수군에 조선 수군은 중과부적   밖에 없었을 것이다.

물론 이런 조건에서도 이순신은 이기고 원균은 졌으니이것들이 승리를 결정한 요인의 전부는 아니다이순신의 천재적인 전략이나 용병술이 있었기 때문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명량해전의 경우 위의 모든 조건들이  결합된 싸움이었고그래서 이순신이  대장선의 경우 2명의 사망자와 3명의 부상자가 있었을 뿐이라고 알려져 있다.  휘하 장수 <안위>의 배를 제외하고는 백병전도 없었다고 한다.

최근 1500 관객을 돌파한 명량 회오리의 바람은 그래서 아는 사람이  때는 다소 어설픈 스토리라고   있다.

화약을 가득 실은 자폭선이 나온다든가, 대규모 백병전으로 싸운다던가바다 소용돌이에 빠진 대장선을  척의 어선으로 끌어낸다던가 하는 것들은 사실과는 다른 꾸민 이야기들이다.

임진왜란의 기록들을 모르는 사람들이라면 모르지만 아는 사람들에게는 리얼리티들 떨어뜨려 영화에 몰입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이야기 들이다.

역사소설이나 팩션이니까 극의 흥미를 위해 이런 꾸밈이 있는 것도 당연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그러나 식자우환이라고 아는 사람에게는 공감하기 어렵다모르면 행복하고 알면 알수록 슬픈 세상인가?

영화로 보아도 명량은 스토리는 엉성하고영화 미학이라 할만 것도 없으며연기가 탁월한 것도 아니고, 긴장감도 없고교훈도 없고음악도 시끄럽고연기자의 일본어도 어색하고 모든 면에서 보통 이하의 영화라 본다.

하지만 이런 영화를 1500 관객이 보았으니 <대한민국 최고 영웅 이순신을 이용한 애국 마케팅>이란 것을 제외한다면  이유는 무엇일까?

소위 해석학에서는 선이해라는 것이 있다.

네이버에 따르면  용어는 신성할 정도로 어려운 것이다

***
선구조'에 따라 텍스트 전체의 '의미의 예취'(Antizipation des Sinnes)를 '선이해'라고 명명했다. 가다머에 의하면 첫째로, 선이해란 텍스트 해석의 초동작업으로서 텍스트 전체의 의미를 선행적으로 기투하는 것인바, 그 선이해로부터 텍스트의 "통일적인 의미로서 성취될 수 있는 것"이 규정된다. 둘째로, 선이해는 그것이 해석자 내에 있는 것이긴 하지만 해석자의 주관성으로 귀착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전승과 해석자와의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형성된다. 그런 의미에서 선이해는 역사적인 구조계기를 지닌다.

왜냐하면 텍스트의 의미에 대한 선이해는 그 텍스트가 전승으로서 해석자에게 구전되고 있는 까닭에 그 전승의 해석과 재해석을 매개로 미리 형성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석자가 새롭게 전승을 텍스트로서 해석할 때의 초동작업으로 되기 때문이다. 셋째로, 선이해는 그것이 해석자에게 있어 미리 형성되어 있는 까닭에, 해석자의 의식을 점유하고 있는 다양한 '선판단'(Vorurteil)으로서 초동작업을 행한다. 다만 텍스트에 대한 선판단이 텍스트의 참된 이해는 아니기 때문에, 선판단을 중단하고 해석자 스스로의 의미에 대한 예취를 물음에 붙여야만 하지만, 선판단은 언제나 이미 시동하고 있기 때문에 해석자는 그 자신의 선판단을 걸고서 텍스트에 대한 해석 과정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

하지만 사실 이것은 <아는 만큼 보인다> 문장을 어렵게 꼬아서 말해놓은 것에 불과하다모든 새로운 것을 이해할  사람은 기존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이해의 지평(선이해) 통해서 이해하게 되므로결국 같은 것을 보아도 기존에 무엇을 알고 있었느냐에 따라 이해되는 것은 다르다는 말이다.

그래서 명량 회오리의 바람이 재미가 없다는  같은 사람도 있고재미있다는 다른 1000 명도 있는 것이다. (어느 쪽이더 똑똑하다거나 우월하다거나 그런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단지 명량이란 영화가 내게는 재미없었다는 말을 하고 싶었을 뿐이다.

바롬 이름과 미래 (baromnf.com)
김민재  



  

2014년 8월 25일 월요일

고은과 신경림

 바롬 이름과 미래 바로가기   

고은 시인이 24일 밤(현지시간) 마케도니아 남부도시 스트루가에서 열린 제53회 스트루가 시 축제에서 대상인 '황금화관상'(Golden Wreath)을 받았다고 한다.


나는 고은 보다는 신경림 시인의 시가 좋았다...

정약전

-고은

험준한 시절 이 땅의 두 강이 한 강이 되는 강기슭에서 태어나
형제가 혹은 장살당하고
혹은 유배당하였다
신유사옥으로
정약전 그도 아우 약용과 더불어 유배당하여
최원악지 흑산도로 귀양 갔다
그는 흑산이란 이름이 무서워
뜻이 비슷한 글자로 갈아
자산(玆山)이라 하고 지냈다
그런 유배 16년 동안 파도에 에워싸여
날마다 미친 바다에는
배 한 척 뜨지 않는데
무엇을 쓰고 무엇을 노래하겠는가
그것도 헛것이매 그만두고
섬 안에 창대라는 글쟁이 하나 있어
그와 함께 지내며
흑산도 아니 자산도 바닷물고기에 정들었다
바다물새와 바다짐승 바다풀 바다벌레를 하나하나 익혀나갔다
이로써 흑사어보 아니 자산어보가 이루어졌다
거기에 한마디 덧붙이기를
후세 사람이 이를 고치고 바로 잡으면
이 책은 치병에도 이용에도 이치에도
물음에 답하는 데도 쓰이리라
또한 시인들도 이로써 이제까지 미치지 못한 바
그것을 노래할 수 있으리라

노랑가오리
모양은 청가오리와 비슷하나
등이 노랗고 간에 기름이 많아

멸치
『사기』「화식전」에는 추석전이라고 하고
『정의』에는 잡소어
『설문』에는 추백어
『운편』에는 소어라 하였다
지금의 멸치가 이것이다
이에 앞서
선물용으로는 천한 고기이다

바다벌레 바다좀
크기는 밥알만하고
새우처럼 곧잘 뛰지만 수염은 없다
항상 물 밑바닥에 있지만
죽은 물고기를 보면
그 뱃속에 들어가 취식한다

이렇듯이 노랑가오리 배도 갈라보고
아쉬운 대로 고서도 뒤져 밝혀내고
바다 밑 물속까지 살펴보며
16년 동안 절도 귀양살이 오늘이 오늘이 어제인데
눈감을 때가 와서
그저 눈 스르르 감으니
그의 죽음 슬퍼하는 자
오로지 파도소리
파도소리
파도소리

(고은, 만인보 4,5,6, 창비, 1988; 개정판2010.)


농무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
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 달린 가설 무대
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빈 운동장
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
학교 앞 소줏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
꽹과리를 앞장세워 장거리로 나서면
따라붙어 악을 쓰는 건 쪼무래기들뿐
처녀애들은 기름진 담벽에 붙어 서서
철없이 킬킬대는구나
보름달은 밝아 어떤 녀석은
꺽정이처럼 울부짓고 또 어떤 녀석은
서림이처럼 헤헤대지만 이까짓
산구석에 처박혀 발버둥친들 무엇하랴
비료값도 안 나오는 농사 따위야
아예 여편네들에게 맡겨 두고
쇠전을 거쳐 도수장 앞에 와 돌 때
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
한 다리를 들고 날라리를 불 까나,
고갯짓을 하고 어깨를 흔들까나.


작자 : 신경림(申庚林, 1936~)

신경림 시인의 시는 출생이 시골이 아닌 사람이라면 조금 공감하기 어려울 듯도 하다.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적어도 예전의 ) 척박한 생활을  눈으로 본적이 없다면 귀로 들어도 알 수 없을 일이다.

 바롬 이름과 미래 (baromnf.com)
김민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