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교 내단술은 연단술, 신선술, 양생술, 기공술 등으로 불리는데, 인간 존재가 유한한 생명을 초월해 불멸에 이르게 하기 위한 수련법을 말한다.
도교의 내단술을 연마하기 위해서는 주로 산과 같이 조용한 곳으로 가서 세상과의 온갖 연결을 다 버리고, 오직 자기 존재의 내면을 성찰하고 연마하는 것으로 시종해야 하는 어려운 수련법이다. 인간 존재가 잉여력을 어디까지 발휘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끝판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 도교 내단술의 유래는 유구하고, 그 근원은 모호하며, 그 이론은 혼잡하고, 그 실체는 사실 명확하지 않은 것이다.
고래로 부터 이 도교 내단술에 대한 저작들은 온갖 신비주의와 비의주의 그리고 많은 거짓말이 덧붙여져 무슨 말이 무슨 말인지 잘 알 수 없도록 기술되어져 왔다.
하지만, 도교 내단술의 개념적인 핵심은 몇 가지 용어를 정리함으로써 파악할 수 있을 만큼 단순한 것이다. 다만 도교 내단술이 내세우고 있는 특정 용어들의 진정한 뜻이 무엇인가는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용어에 깊은 의미가 있어서 그럴 수도 있고, 아니면 아무 의미가 없는 거짓말이라서 그럴 수도 있다.
몇 가지 용어들을 정리해 보자. (그냥 내 마음대로 정리한 것이다)
1 성명(性命)
내단술은 생명을 성과 명으로 구분한다. 성은 보다 정신적인 측면, 명은 형태적인 측면의 생명을 말한다는데, 이것의 실체는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다만 생명을 특징을 두 가지로 분리해 생각한다는 점이 서구와 다른다. 내단술에서는 이 성과 명이 인간의 출생과 더불어 분리되어 인간에게 존재하는데 이 두 가지를 합일 시키는 것이 내단술의 목표 중 하나라고 한다.
2 정기신(精氣神)
정은 생명의 원천적인 에너지로 성에너지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에너지로 묘사된다. 인간은 태어나면서 일정한 분량의 정을 부여 받아 태어나지만 생존활동과 생식활동을 통해 이 에너지를 점차 소비하게 되고 이 에너지가 완전히 고갈되면 생명이 끝난다는 주장이다. 정은 인도 요가 철학의 쿤달리니와 거의 같은 것으로 생각된다.
기는 정이 변환되어 만들어지는 약동하는 생명의 기운이라고 여겨지는데 도가의 일반 술어인 기와 같은 것인지 아니면 인간 생명에 결부된 특수 개념인지 잘 모르겠다. 인도 철학의 프라나의 개념과 비슷한 것인지 모른다.
신의 인간의 의식에 가까운 개념인 듯 한데, 내단술은 이 신을 원신과 식신으로 구별한다. 원신은 보다 고차적인 인간 존재의 핵심이고, 식신은 그 한단계 밑에 있는 일반적인 인간의 의식을 말하는 듯 하다.
정이 기를 생하고, 기가 신을 생하고 (아니면, 보하고) , 신이 도와 합일한다는 식으로 표현되는 데 이들이 전환 관계인지는 모호하다.
3 혼백(魂魄)
양기(陽氣)의 영을 혼이라고 하였으며, 음기의 영을 혼백이라고 한다는데, 이또한 본질적인 실체는 모호하다. 내단술의 목표가 인간의 신체와 혼백을 의도적으로 분리시키는 것이라고 표현되는 경우도 있지만, 실제로 인간의 신체와 분리하는 것은 신(神)인 것 같다. 혼백의 개념은 내단술을 설명하는데 꼭 있어야 하는 핵심 개념은 아닌 듯하다.
4 단전( 丹田 )
내단술에서 인체에 있다고 여기는 세 군데 (또는 그 이상)의 에너지 센터. 이른바 하단전, 중단전, 상단전이 그것인데 상단전은 양미간, 중단전은 심장아래, 하단전은 배꼽아래 하복부에 있다고 상정한다. 인도 요가 철학의 차크라와 같은 것이다. 이 단전들을 통해 정, 기, 신을 단련한다.
단(丹)은 정이 변한 결정으로 묘사되는 데 이 단을 태아처럼 키우는 것이 내단술의 일차 목표이다. 이 단을 태아처럼 점점 키워서 최종적으로 자신의 원신과 결합시켜 유한한 신체에서 분리 이탈(유체이탈)하는 것이 내단술의 최종 목표인 듯 하다.
5 임맥(任脈) 독맥(督脈)
단전들을 연결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채널. 이 채널을 통해 기가 이동(승강)한다. 인도 요가 철학이라면 수슘냐에 해당.
6 주천(周天)
단전들과 임맥과 독맥을 타고 이동하는 기의 신비로운 원형 운동. 이 주천 운동 을 의식적이고 반복적으로 수행함으로써 단을 키운다.
대강의 중요 개념은 이런 것인데 내단술의 텍스트들은 이들 개념을 명확히 정의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이들 개념의 상관관계도 텍스트들에 따라 다르게 기술되어 그 진의를 종잡을 수 없다.
하지만 간단히 요약해 보면 특수한 호흡법과 명상을 통해 외부의 기를 흡수하고 정이 자라도록 하면, 단이라는 것으로 결정화 되는데, 기를 (또는 그 어떤 것을) 단전들 사이에 임맥과 독맥을 통해 원환 운동(주천) 시키면 이 내단이 태아 처럼 점차로 자라나고 충분히 자라난 이 단을 자신의 원신( 또는 그 무엇)과 합일시키면 궁극의 도를 깨우치고 신체를 벗어나 영원히 존재할 수 있다는 개념으로 나는 이해하고 있다.
사실 내단술을 정확히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보고서 한두 장 정도로 요약할 수 있는 단순한 내용이지만, 도교 내단술의 텍스트는 도대체 이해할 수 없게 쓰여졌는데, 그 이유는 자신들도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내용을 잘 알지 못하거나,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경우일 가능성도 상당하다.
도교 내단술의 모든 현상은 오직 개인의 정신 내부에서만 일어나고 (또는 일어 난다고 주장되고) 실체가 가시적이지 않은 (또는 실존하지 않은) 개념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마치 임사체험처럼 모든 현상이 정신의 착란이나 망상에서 기인하는 것인지 아니면 실제로 발생한 것인지 알 수도 없고 증명할 수도 없다.
일견 망상에 가까워 보이는 도교 내단술의 생각들은 고래로 부터 지금까지 상당히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았는데, 인간들이 지혜롭기 때문에 그런 것인지 어리석기 때문에 그런 것인지 잘 알 수는 없다.
실제 내단술의 수련이라든지 내단술의 근원과 유래에 대한 연구라든지 내단술의 우리나라 전래의 역사라든지, 내단술과 한의학과 관계라든지 내단술과 현대 한국 종교들의 영향관계에 대한 역사라든지, 도교의 내단술과 관련한 많은 주제들이 흥미로운 것이지만, 이 같은 것을 실제로 해보기 위해서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잉여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잉여력이 낮은 나로써는 감당할 수 없다.
김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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