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25일 월요일

고은과 신경림

 바롬 이름과 미래 바로가기   

고은 시인이 24일 밤(현지시간) 마케도니아 남부도시 스트루가에서 열린 제53회 스트루가 시 축제에서 대상인 '황금화관상'(Golden Wreath)을 받았다고 한다.


나는 고은 보다는 신경림 시인의 시가 좋았다...

정약전

-고은

험준한 시절 이 땅의 두 강이 한 강이 되는 강기슭에서 태어나
형제가 혹은 장살당하고
혹은 유배당하였다
신유사옥으로
정약전 그도 아우 약용과 더불어 유배당하여
최원악지 흑산도로 귀양 갔다
그는 흑산이란 이름이 무서워
뜻이 비슷한 글자로 갈아
자산(玆山)이라 하고 지냈다
그런 유배 16년 동안 파도에 에워싸여
날마다 미친 바다에는
배 한 척 뜨지 않는데
무엇을 쓰고 무엇을 노래하겠는가
그것도 헛것이매 그만두고
섬 안에 창대라는 글쟁이 하나 있어
그와 함께 지내며
흑산도 아니 자산도 바닷물고기에 정들었다
바다물새와 바다짐승 바다풀 바다벌레를 하나하나 익혀나갔다
이로써 흑사어보 아니 자산어보가 이루어졌다
거기에 한마디 덧붙이기를
후세 사람이 이를 고치고 바로 잡으면
이 책은 치병에도 이용에도 이치에도
물음에 답하는 데도 쓰이리라
또한 시인들도 이로써 이제까지 미치지 못한 바
그것을 노래할 수 있으리라

노랑가오리
모양은 청가오리와 비슷하나
등이 노랗고 간에 기름이 많아

멸치
『사기』「화식전」에는 추석전이라고 하고
『정의』에는 잡소어
『설문』에는 추백어
『운편』에는 소어라 하였다
지금의 멸치가 이것이다
이에 앞서
선물용으로는 천한 고기이다

바다벌레 바다좀
크기는 밥알만하고
새우처럼 곧잘 뛰지만 수염은 없다
항상 물 밑바닥에 있지만
죽은 물고기를 보면
그 뱃속에 들어가 취식한다

이렇듯이 노랑가오리 배도 갈라보고
아쉬운 대로 고서도 뒤져 밝혀내고
바다 밑 물속까지 살펴보며
16년 동안 절도 귀양살이 오늘이 오늘이 어제인데
눈감을 때가 와서
그저 눈 스르르 감으니
그의 죽음 슬퍼하는 자
오로지 파도소리
파도소리
파도소리

(고은, 만인보 4,5,6, 창비, 1988; 개정판2010.)


농무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
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 달린 가설 무대
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빈 운동장
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
학교 앞 소줏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
꽹과리를 앞장세워 장거리로 나서면
따라붙어 악을 쓰는 건 쪼무래기들뿐
처녀애들은 기름진 담벽에 붙어 서서
철없이 킬킬대는구나
보름달은 밝아 어떤 녀석은
꺽정이처럼 울부짓고 또 어떤 녀석은
서림이처럼 헤헤대지만 이까짓
산구석에 처박혀 발버둥친들 무엇하랴
비료값도 안 나오는 농사 따위야
아예 여편네들에게 맡겨 두고
쇠전을 거쳐 도수장 앞에 와 돌 때
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
한 다리를 들고 날라리를 불 까나,
고갯짓을 하고 어깨를 흔들까나.


작자 : 신경림(申庚林, 1936~)

신경림 시인의 시는 출생이 시골이 아닌 사람이라면 조금 공감하기 어려울 듯도 하다.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적어도 예전의 ) 척박한 생활을  눈으로 본적이 없다면 귀로 들어도 알 수 없을 일이다.

 바롬 이름과 미래 (baromnf.com)
김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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