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집 건너 서윤이..서준이..돈 주고 지은 이름 왜 똑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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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도 유행을 탄다. 그래서 특정 세대별로 그 안에서는 비슷한 이름이 많다. 50·60대 남성 이름에는 '환·덕·창'이 유난히 많이 쓰였다. 1980년대 초반에 아이(현재 30대)를 낳은 부모들은 '은·준·현·영'을 선호했다. 1980년대 중반 이후에는 순한글 이름이 인기를 끌었다.
요즘 부모들은 '서·후·예·기·하'처럼 받침이 없거나 '윤·율' 등 발음이 무겁지 않은 글자를 많이 고른다고 한다. 지난 4월 한달간 전국 법원에 접수된 '출생신고 이름 톱10'을 보면, 남녀를 합쳐 지우(366건), 서준(346건), 민준(344건), 서윤(323건), 도윤(280건), 서진(277건), 서연(273건), 하윤(269건), 하준(261건), 주원(257건) 순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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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레 신문의 기사입니다. 작명가의 입장에서 이 기사를 어떻게 읽을까요?
선호하는 이름이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은 동의합니다. 사람들이 주로 미디어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입니다. 텔레비전에서 좋은 이미지를 가지는 멋진 외모의 배우가 쓰는 이름이라면 좋아 보이는 것이 당연할 것입니다.
반대로 호식이나 영구나 칠득이와 같은 이름은 (별로 이상할 것도 없는 이름이지만) 방송 등에서 바보 캐릭터에 사용된 이름이라는 이유로 부정적인 인상이 각인되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입니다.
요즘 많이 고른다는 이름들은 어떤 특징이 있을까요? 지우, 서준, 민준, 서윤…. 등 위에 언급된 이름들은 모두가 한글의 발음오행(소리오행, 음령오행)이 좋은 이름입니다.
소리오행이라는 것은 작명가들이 억지로 만들어낸 작의적인 술수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고, 한글을 창제할 때의 제자 원리에 속하는 것으로 자음 발음의 친소관계에 따라 정해진 과학적인 음성학적 특징에 해당한다고 봐야 합니다.
이 분야는 과학적인 연구의 여지가 남아있는 흥미로운 분야이지만 작명이나 CI, BI 등을 제외하면 상업적인 활용 가능성이 없어서인지 적극적으로 연구되지는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위에 열거된 이름들은 한글이름만 놓고 볼 때 모두 아주 좋은 이름이며, 특히 ㅈㅇ, ㅇㅈ, ㅇㅇ, ㅈㅈ의 조합은 우리나라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이름 조합에 해당하는 것으로, 그만큼 사람들이 많이 선택한다는 의미이며, 동시에 여러 성씨들에 어울리는 한글이름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 발음이 강하지 않고 받침이 없는 이름을 선호하는 추세는 외국에서도 그 발음 그대로 쓸 수 있는 이름이 되기 때문에 국제화된 요즘 시대에 잘 맞는 선택입니다.
정리하면, 위에 언급된 이름들이 요즘 많이 선호되고 있는 것은 작명법이나 다름 관점에서 볼 때 당연한 일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유일한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이 이름들을 선호하여 너무 흔한 이름이 되어 버렸다는 사실 뿐입니다.
듣기에 아주 좋지만 조금 흔한 이름을 작명해야 하는지 아니면 개성은 있지만 발음이 그보다는 덜 매끄러운 이름을 작명해야 하는지에 관한 선택은 작명을 의뢰한 사람 스스로 선택해야 하는 문제일 것입니다.
좋은 작명가는 그렇게 선택된 한글이름에, 여러 다른 작명법의 원칙에 맞는 좋은 한자이름을 추천해 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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