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리학, 쉽게 말해 사주팔자를 믿는 사람도 있고 안 믿는다는 사람도 있지만, 사주팔자가 뭔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얼마 없습니다. 뭔지도 잘 모르면서 믿기도 하고 황당해 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사주팔자가 무엇인지 그 본질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알다시피, 사주팔자는 출생할 때의 태양과 다른 천체들의 위치, 그리고 기후와 계절 등이 인간에 운명에 영향을 준다는 가설입니다. 이 가설은 포괄적이지만, 이것의 특수한 경우를 보면 틀린 말도 아닙니다. 이것을 편의상 사주팔자의 제1전제라고 합시다.
예를 들어 출생할 때 온대 지방에서 태어난 사람이 한대 지방에서 태어난 사람보다 생존율이 높다는 명제가 있다고 합시다. 이 명제는 과학적으로 참입니다. 아주 추운 곳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필요한 에너지가 더 많이 소비되고 생존에 더 불리한 것이 사실입니다. 이러한 유형의 가설들은 자주 대학의 연구 주제가 되기도 하는데, 예를 들어 봄철에 태어난 아이가 가을에 태어난 아이보다 발육이 좋다 또는 나쁘다는 식의 과학적인 연구들은 찾아보면 상당히 많습니다.
물론 사주팔자가 제시하는 가설은 이렇게 단순하고 한정적인 경우가 아니고 인간의 전 생애에 걸쳐 구체적으로 영향을 준다는 식의 포괄적인 가설입니다. 이 가설은 과학적으로 보면 검증 가능하지도 않고 반증하기도 쉽지 않은 사이비과학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지만, 위에서 거론한 예들과 거의 동일한 문제의식에서 나온 것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이 기본 가설이 구체적으로 사주팔자에 어떻게 적용되는 것일까요? 사주팔자의 또 다른 가설은 우주와 자연과 만물이 음양이라는 2가지 요소, 그리고 오행이라는 5가지 요소에 따른 특성이 있게 되고, 또 시간에 흐름에 따라 이들 요소가 주기적으로 반복하는 사이클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이것을 사주팔자의 제2전제라고 합시다. 음양과 오행은 에너지라고도 볼 수 있고 기운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런 것을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논의에 중요한 것도 아닙니다. 시각적으로 음양오행의 여러 요소들이 일정한 한도 내에서 늘어나기도 하고 줄어들기도 하면서 일종의 규칙적인 사인 그래프를 만든다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그 다음 이론 구성은 이렇습니다. 사람의 출생장소와 출생시간에 따라 제1전제에 따라 받게 되는 음양과 오행의 요소에 과부족이 있거나, 균형을 이룬 상태가 되게 됩니다. 어떤 사람은 특정 오행이 없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다 갖추기도 하는데, 이에 따라 개인 마다 음양오행적인 특질이 다르게 된다는 말입니다. 유전자 지문이란 말도 하는데, 비유컨데 사주팔자란 사람에게 부여된 음양오행의 지문이라고 생각해도 됩니다.
그 다음으로, 이 개인적인 음양오행적인 특질들을 제2전제에서 말한 우주만물의 음양오행적인 특질과 대비하게 되면 그것들이 서로 좋은 경우와 나쁜 경우가 생기게 되고 그것에 따라 인간의 운명 또는 운세가 영향을 받는다는 이론 구성으로 이어집니다.
예를 들어 사주에 화(불)에 해당하는 오행이 없는 사람은 따뜻한 곳이나 따뜻한 물건 또는 그것을 상징하는 심볼들이 본인에게 좋은 것이 되고 물이나 추운 것에 해당하는 것은 본인에게 안 좋은 것이 되는 셈입니다.
또 인생의 시간에 있어서도 화의 기운이 많은 시기에는 운세가 좋아지게 되고 그 반대의 경우는 나빠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정리하면, 사주팔자란 인간의 운명을 포괄적으로 모델링한 모델 체계로 볼 수 있는데, 그 모델은 출생시간(보다 정확하게는 진태양시)을 매개변수로 하는 함수이고, 이 함수는 음양 오행을 매개변수로 하는 2차 함수로 변환되어 인생과 운명을 결정한다는 모델 체계가 되는 것입니다.
억지로 수학으로 표현하면, f(t) => g(y, o)이 되는데 t는 출생시간, y는 음양의 요소, o는 오행의 요소인 상호 함수관계의 두 함수 f 와 g 인 셈입니다.
이 생각은 허황하면서도 나이브한 한 것 같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적은 요소로 인생과 인간의 모든 현상을 포괄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창의력 있고 재기 넘치는 발상임에 틀림없습니다.
요즘의 사회과학자에게 이런 모델을 만들어 보라고 하면 f(x, y, z …..) 란 식의 모델을 제시할 것이고, x, y, z에 해당하는 것으로 출생가정 환경, 부모의 경제력 및 지식, 유전요소, 출생지, 출생시점, 지능지수, 건강….등의 요소를 제시 할 것입니다.
사주가 제시하는 모델과 별로 다를 것도 없습니다. 모델은 모델일 뿐으로 그 유용성은 실제 적용했을 때 현상을 얼마나 잘 설명할 수 있는가에 전적으로 달려 있는 것입니다.
사주팔자가 제시하는 모델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1000명이 이상의 많은 표본에 대해 인생 전생애에 걸친 추적 조사가 필요할 것인데, 이것은 만성질병의 역학조사가 긴 시간 동안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로 하기 어려운 일이 되고 말 것입니다.
다른 운명을 사는 쌍둥이의 사주나, 전혀 다른 운명을 살고 있는 동일한 사주를 가진 두 사람의 경우를 들어 사주팔자가 틀린 것이라고 말하면 일견 사주팔자가 과학적으로 반증될 수 있을 듯도 합니다.
하지만 사주팔자가 주장하는 내용이 모든 사람에게 들어맞도록 되어있는 연역적으로 도출되는 과학 법칙이 아니고, 단지 사회현상을 설명하기 위함 모델처럼 통계적으로 만들어진 확율 모델의 일종이라고 주장해 버린다면 위의 반론들은 아무 의미가 없어지고 맙니다.
이런한 유형의 사주팔자를 부정하기 위해서는 위에서 언급한 유형의 통계적인 조사와 연구가 필요할 것입니다.
글이 길어지기 때문에 다음 포스트에 올립니다만, 사주팔자의 문제점과 맹점은 여기서 기술한 부분에 있는 것이 아니고 다른 부분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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