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나토스적은 슬퍼서 마시는 것이고, 디오니소스적은 기뻐서 마시는 것이다. <술 먹고 죽자>면서 마시면 타나토스고, <내가 쏠테니 신나게 마셔라>하면 디오니소스다. 슬프지도 기쁘지도 않은데 술을 마신다는 사람은 술을 마시는 게 아니라 술을 마시는 시늉을 하고 있는 것이다.
타나토스는 그리이스 신화에 나오는 죽음의 신이다. 죽은 자의 혼을 운반해 가는 신이다. 이 신을 유명하게 만든 것은 프로이드다.
프로이드는 자기보존적 본능과 성적
본능을 합한 삶의 본능을 에로스(Eros)라 했고, 공격적인 본능들로 구성되는 죽음의 본능을 타나토스(Thanatos)라 했다.
죽음의
본능은 파괴의 본능이라고도 한다. 이것은 생물체가 무생물로
환원하려는 본능이다. 그래서 인간 자신을 사멸하고, 살아있는 동안 자신을 파괴하며, 처벌하며, 타인이나 환경을 파괴시키려고 서로 싸우며
공격하는 행동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삶과 죽음의 본능들은 서로 중화를 이루기도 하고, 대체되기도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디오니소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술의 신이다. 로마 신화에서는 바카스라고 한다. 바카스, 바쿠스, 바커스 등으로도 불린다.
우리나라 자양강장제의 이름이 바카스인 것은 유머이거나 어쩌면 아이러니인지도 모른다.
디오니소스는 대지의 풍요를 주재하는 신인 한편, 포도재배와 관련하여 술의 신이 되기도 한다. 이 술의 신에 대한 의식은 열광적인 입신(入神)상태를
수반하는 것으로, 특히 여성들이 담쟁이덩굴을 감은 지팡이를 흔들면서 난무하고, 야수를 때려죽이는 등 광란적인 의식에 의해 숭배되는 자연신이라고 한다.
결국 술과 광기와 열정과 광란의 신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타나토스적인 슬픔으로 술을 마신다고 생각한다. 기뻐서 마시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적은 수라고 본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술은 자기 자신에 내리는 벌이며, 생존의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내뱉는 신음과도 같은 것이다.
술 좋아하는 한량보고 이태백이라고 한다. "이태백이 놀던 달아"이라는 노래 가사도 있다.
이태백은 이백 자는 태백(太白), 호는청련거사(靑蓮居士)이다. 두보(杜甫)와 함께 ‘이두(李杜)’로 병칭되는 중국 최대의 시인이며, 시선(詩仙)이라 불린다. 1100여 편의 작품을 썼다고 한다.
남성적이고 용감한 것을 좋아한 그는 25세 때 촉나라를 떠나 중국 각 지역을 편력하며 한평생을 보냈다. 젊어서 도교(道敎)에 심취했던 그는 산중에서 지낸 적도 많았다고 한다. 그의 시의 환상성은 대부분 도교적 발상에 의한 것이라 한다.
이태백의 시는 커다란 기개와 자부에 불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힘들고 문제 많은 세상의 고통과 겹쳐져 "만고(萬古)의 우수"를 표현한 것이 많다고 한다.
이태백은 술을 좋아하여 그와 그 친구들을 취중팔선(醉中八仙)’이라고 불렸다고 한다. 내가 보기엔 이태백도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술에 의존한 알콜의존증환자였음에 틀림없지만 친구들과 같이 어울려 마셨다면 알콜 중독 2기 정도에 불과하였으리라 본다.
이태백의 장진주(將進酒)의 일부이다.
군불견황하지수천상래
君不見黃河之水天上來
분류도해불부회
奔流到海不復廻
우불견고당명경비백발
又不見高堂明鏡悲白髮
조여청사모성설
朝如靑絲暮成雪
인생득의수진환
人生得意須盡懽
막사금준공대월
莫使金樽空對月
천생아재필유용
天生我材必有用
천금산진환부래
千金散盡還復來
팽양재우차위락
烹羊宰牛且爲樂
회수일음삼백배
會須一飮三百杯
그대 보지 않았는가, 황하 물이 하늘
위에서 내려와,
기운차게 흘러 바다에 이르고는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것을.
또 보지 못했는가, 높은 집에서 거울
보며 백발을 슬퍼하는 것을.
아침에는 푸른 실같이 윤기 돌던
머리칼이 저녁에는 흰 눈처럼 하얗게 세네.
인생이란 뜻을 얻었을 때 모름지기
즐겨야 하니,
금 항아리에 담긴 술에 달이 담기도록
내버려두지 말고 마셔야 하리.
하늘이 나를 낼 적에는 반드시 그
쓰일 데가 있었기 때문이리니,
천금 많은 돈을 모조리 쓰고 나면
다시 돌아오기도 하리라.
양을 삶고 쇠고기를 저미며 얼마 동안
술잔치를 즐겨보세.
마셨다 하면 적어도 3백 잔은
마셔야지.
나는 장진주란 시를 보면 머리 속에 타나토스를 떠올리지만, 많은 사람은 왜 그런지 모르게 대한항공이 떠오른다고 한다.
바롬 이름과 미래 (baromnf.com)
김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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