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역술인, 무속인, 정치인, 기업인들 가운데는 사기꾼이 많다. 우연한 일은 아니다. 이들은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많은 사람을 만나는 직업이라는 점이다.
여기서 많은 사람을 만난다 함은 무슨 매표원 처럼 단순히 사람을 많이 접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바로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많이 대화하게 됨을 의미한다.
사람을 많이 만나면 사람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지사. 사람의 심리적, 인지적, 감성적, 지성적인 취약점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입장이 되는 것이다.
상상해 보라. 목사나 정치인에게 가서 자기의 개인사나 어려움이나 토로하는 것은 그 사람에게 있어서는 어쩌다 있는 일이겠지만, 목사나 정치인들에게 있어서는 너무 흔한 일이 되고 그런 경험이 반복되다 보면 저절로 인간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게 되는 것이다.
좋게 말해 인간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 것이고, 실제로는 (이용하기 쉬운) 인간의 취약점을 파악하게 된단 말이다. 여기서 인간이 얼마나 취약한 존재인가를 증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심리학 이론의 절반은 인간이 인지적, 심리적 , 정서적으로 얼마나 약한 상태에 있는가를 설명하는데 할애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사람을 많이 만나고 대화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몇 년 안에 인간의 약점을 쉽게 발견하게 되고 본인이 의도하지 않아도 사람들을 조작할 수 있는 (나쁘게 말하면 사기를 쳐서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저절로 터득하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정을 의도적으로 시작하는 사람을 드물다. 사기를 치기 위해 인간을 탐구하고 심리학을 공부하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반대로 앞서 말 한대로 사람을 많이 접하다 보면 저절로 그렇게 되는 경우가 많은 법이다. 그래서 이러한 이유로 특정 직업군에서 사기꾼들이 많이 존재하게 된다.
이들 사기꾼들도 대부분 처음부터 작정하고 사기를 치는 것은 아니다. 처음엔 인간 존재의 취약점을 발견하고는 선량한 의도로 그것을 알려주고 설득하려는 사람이 더 많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대다수의 사람에게 있어서 이런 합리적인 설득은 전혀 먹혀 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의 사고는 이미 고착되어 있어 자기가 옳다고 생각할 뿐 다른 사람의 합리적인 설득은 받아들이지 않는 상태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이들 사기꾼들은 조만간 알게 된다.
결국 사람들을 설득하는 것보다는 임시방편으로 속이는 것이 원하는 목적을 이루기에 더 쉬운 방법이 된다는 사실을 사기꾼들은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 단계에서도 바로 이들이 사기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때만 해도 이들은 임시방편으로 사람들을 속이기는 하지만 그 의도나 목적 자체는 나름대로 선량한 경우가 많다.
즉 좋은 목적을 위해 그냥 방편적으로 사람을 속이는 것이기 때문에 자신들은 나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일을 한다고 스스로 여기는 것이다.
여기서 사기꾼들은 그 유형이 두 갈래로 갈라진다. 하나는 자기가 어떤 이익을 위해 남들을 이용한다는 사실을 자각하면서 사기를 치는 부류와 그런 자각조차도 하지 않고 사기를 치는 부류가 그것이다.
둘 다 사기꾼이지만 정말 무서운 것은 두 번째 유형이다. 이런 유형은 아무런 죄의식도 없을 뿐더러 심지어 이 사회를 위해 자기가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을 한다고 믿으면서 사기 행위를 수행하게 된다.
이러한 식으로 얼마 가지 않아 방편적인 사기꾼들도 프로사기꾼으로 변신하게 되고 다소 선량했던 목적도 나쁜 의도로 바뀌면서 전문적인 사기꾼들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사기 행위는 정치나 경제 및 종교 행위 일반에 너무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자신만 사기에 넘어가지 않으면 될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사회의 구성원 중 상당수가 이런 (정치적 사기를 포함한) 사기에 넘어가게 되면, 그 영향은 사기에 현혹되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까지도 미치게 되는 것은 자명하다.
사기꾼 같은 정치지도자나 종교지도자를 지도자로 모시고 살아가는 군중의 어리석음은 참으로 개탄할 만한 일이다. 지금이라도 사기의 메커니즘을 알고 조금이라도 현명해지려는 자각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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