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 도덕경 14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視之不見 名曰夷
보이나 보지 않음을
‘이’라하고
聽之不聞 名曰希
들리나 듣지 않음을
‘희’라한다.
傳之不得 名曰微
잡으나 얻지 못함을
‘미’라한다.
이것으로 도의 속성을 형용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많은데, 사실 요령부득이다.
문맥을 떠나서, 이는 기幾라고 되어 있는 판본도 있고해서 이미희의 단어적인 뜻은 아마 기미(幾微)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 추측을 해본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기미란 '기미를 알아차린다'하는 용례에서 보듯이 낌새(어떤 일을 알아차릴 수 있는 눈치)를 말한다.
중국어에서 기미는 征兆;迹象인데 역시 흔적. 자취.
형적. 현상. 징조. 조짐. 기미를
의미한다.
그럼 이처럼 힘들게 이미희 또는 기미를 설명하는 이유는 무언인가? 그것은 점술 또는 점의 메커니즘이 어떤 것인가 하는것에 대한 가설을 세워보기 위함이다.
사람들은 사주팔자부터 시작해 타로, 육효, 별점, 주역점, 오늘의 운세까지 온갖 점들을 보고 있지만 막상 점이 어떤 메커니즘으로 성립되는가에 대해 궁구하는 사람은 많지 않으리라 본다.
물론 우리가 알 수 없는 신비로운 인과율의 결과라든가,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우주적 흐름을 포착한다던가, 귀신의 작용에 의한 것이라든가 하는 설명이 있지만 설득력은 전혀 없는 편이다.
오히려 이점에 관해서는 칼 융이란 사람이 그나마 설명하려고 노력했다고 볼 수 있다.
칼 융은 1920년에
‘비인과적 연관’ 또는 ‘의미 깊은 우연의 일치’라는 뜻으로 ‘동시성(synchronocity)’이라는 용어를 쓴다. 즉, 원인이 결과를 낳는다는 전통적인 뉴튼식 인과법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어떤
‘비인과적인 연결’을 가리키는 것이 동시성 원리라는 것이고, 결국 ‘동시성’이란 서로 연관이 없어 보이는 사건이나 요소가 시간적, 공간적 또는
개념적으로 일치된 형태를 보이는 것을 말한다고 주장한다.
그나마 겉멋이 들어있는 주장 같지만 설사 그 주장을 믿는다 해도 우리 삶이 달라질 것은 없는 무용한 주장이다.
점의 메커니즘에 대한 가설을 세워본다
- 기미란 사건의 전조(미래의 일부)이다.
- 인간은 기미를 파악할 수 있는 감각 능력을 가지고 태어났다.
- 이 감각 능력은 항상 일정한 것이 아니라 예민해지거나 둔감해진다.
- 인간의 일상 생활은 인간을 지치게 만들고 인간의 감각 능력을 떨어뜨린다.
- 4의 경우 인간은 기미를 파악하지 못한다.
- 점을 본다는 행위를 통해 인간은 자신의 감각기관에 대한 주의를 환기하고, 감각 능력을 정비하는 계기로 삼는다.
- 6의 행위를 통해 정비된 인간의 감수성은 기미를 파악할 수 있다.
이 가설에 따르면 점이란 인간의 감수 능력을 고양시켜 미래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의식(세리모니)이다.
점 자체가 미래를 예측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점을 본다는 행위를 통해 우리의 감각능력을 환기하면서 우리 자신을 다시 돌아보고 평소에 주의를 기울리지 않았던 사건들을 재평가하고 재구성하여 (이미 우리가 파악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었던, 단지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미래를 알게 해준다는 것이다.
주역으로 점을 보는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점을 보기 위해서 시점자는 경건한 마음을 갖는다. 시초를 갈라 점괘를 뽑는다는 평소에는 하지 않는 행위를 통해 자신의 감각 기관에 평소와는 다른 자극을 주어 환기시킨다. 64개의 괘 중 특정 괘가 나오고 그 괘에는 각기 괘사와 효사가 있고, (사실 그 내용 자체는 무엇이어도 좋은 것이다!) 그 괘사와 효사를 통해 자기 주변에 발행했던 사건들을 다시 평가해 보고 놓치고 있던 사실들의 연관을 발견해 내는 계기를 삼는다.
점을 보기 위해서 시점자는 경건한 마음을 갖는다. 시초를 갈라 점괘를 뽑는다는 평소에는 하지 않는 행위를 통해 자신의 감각 기관에 평소와는 다른 자극을 주어 환기시킨다. 64개의 괘 중 특정 괘가 나오고 그 괘에는 각기 괘사와 효사가 있고, (사실 그 내용 자체는 무엇이어도 좋은 것이다!) 그 괘사와 효사를 통해 자기 주변에 발행했던 사건들을 다시 평가해 보고 놓치고 있던 사실들의 연관을 발견해 내는 계기를 삼는다.
점이 아니어도 좋을 것이다. 목욕재계하고 정화수를 떠놓고 우리의 감각을 정화하고 의식을 고양시키면,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우리 주변의 사실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미래의 일부인 기미는 이미 우리에게 주어졌지만 우리는 그것을 포착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에 불과하였는지도 모른다.
바롬 이름과 미래 (baromnf.com)
김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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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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