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롬 이름과 미래 바로가기
"존천리 거인욕(存天理,去人欲)"이란 말은 주희가 한 말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물론 [예기, 악기]에 그 근원이 되는 말이 있다고도 한다. 하지만 여기서 그런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기본적인 의미는 인욕을 없애서 천리를 보존한다는 말이다.
<생생불식, 프로이트, 유전자>라는 이전 포스트에서 나는 자기 복제하는 코드의 비유를 들었다. 거기서 나는 단순히 자기 복제하는 코드만이 존재하느냐 아니면 그것을 기본으로 하되 뭔가 다른 목적을 가진 코드도 존재하는냐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존천리 거인욕에 따르면 성리학자들은 코드가 두가지 부분으로 되어있다고 말하는 셈이다. 하나는 인욕인데 사실 인욕이란 부정적 의미로 해석할 필요도 없이 인간 - 개체와 종족의 의미를 포함해 - 의 생존을 위한 활동 즉 도킨스 식으로 말하면 자기 복제하는 생물과 유전자의 코드 부분인 셈이다.
천리는 자기 복제하는 부분 이외에 어떤 (의미있는)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목적 코드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인간이 천리 - 하늘의 이치 - 를 지켜 성리학적 이상 세계를 구현한다고 생각한 성리학자나 밈스라는 것을 주장하는 도킨스나 코드가 두개의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말하는 셈이다.
사실이지 코드가 자기복제를 위한 코드로만 이루어 졌다고 말한다면 뭔가 거북한 느낌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우리가 보는 우주와 세계의 모든 것이 단지 우연의 산물이라고 우리를 설득하는 것은 물론 가능하긴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갑자기 자연은 목적 없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이 떠오르기도 하다가, 무한한 시간이 계속되면 어떤 일이든지 일어나지 않을 수 없다는 느낌을 주는 보르헤스의 <죽지 않는 사람들>이란 소설이 생각나기도 한다.
바롬 이름과 미래 (baromnf.com)
김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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